AI로 특허, 출원부터 등록까지 가능할까

Q렌즈 · 2026.06.27

결론부터. AI는 특허 명세서 초안과 선행기술조사를 빠르게 돕는 보조 도구로 이미 쓸 만하다. 그러나 발명자는 사람이어야 하고, 출원의 최종 책임도 사람이 진다. 무엇보다 등록은 여전히 사람 심사관의 심사를 통과해야 나온다. AI에 발명을 통째로 맡겨 출원부터 등록까지 자동으로 끝내는 일은, 지금의 법과 제도에서는 불가능하다.

발명자는 사람이어야 한다 — 다부스 사건

AI를 발명자로 적을 수 있느냐는 'DABUS(다부스)' 사건으로 세계 각국에서 다퉈졌다. 미국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는 자신이 만든 AI 다부스가 스스로 발명했다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특허를 출원했다. 한국 특허청은 2022년 10월 두 건을 무효 처분했다. 출원 주체를 자연인으로 제한하는데 AI는 자연인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6월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서울고법 행정7부는 2024년 5월 16일 항소를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법률신문, 2024-05).

국제 흐름도 같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3년 4월 테일러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특허청(USPTO)의 거절이 확정됐고, 영국 대법원은 2023년 12월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한다"며 출원을 최종 기각했다. 유럽특허청(EPO)도 법적 권리능력이 없는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고 봤다(White & Case). 심사 절차가 있는 나라 가운데 다부스에 특허를 내준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도가 예외다.

그래도 'AI를 도구로 쓴 발명'은 특허가 된다

주의할 점은 'AI가 도왔다'와 'AI가 발명자다'를 가른다는 것이다. 영국 대법원도 사람이 AI를 정교한 도구로 활용해 완성한 발명까지 막은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특허청은 2024년 2월 'AI 보조 발명'에 대한 발명자 지침을 내놓았다. AI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특허를 못 받는 것은 아니며, 사람이 발명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면 그 사람을 발명자로 출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USPTO, 2024-02). 핵심은 사람이 어디까지 기여했는가다.

출원 과정에서 AI가 돕는 부분

실무에서 AI가 가장 빨리 자리 잡은 영역은 명세서 작성과 선행기술조사다. 국내에서도 변리사용 AI 작성 보조 서비스가 줄지어 나왔다. 발명 아이디어를 넣으면 청구항과 명세서 초안을 만들어 주는 식으로, 평균 20시간 걸리던 작성을 5시간 안팎으로 줄였다는 서비스도 있다(전자신문, 2024-07).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끼워 쓰는 해외 도구도 나왔다.

특허청도 행정 자동화에 AI를 들이고 있다. AI 기반 특허행정 혁신 예산은 2025년 20억원에서 2026년 36억원으로 늘었고, 심사·심판에 AI를 적용해 선행기술조사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특허청 보도자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단계AI가 돕는 부분여전히 사람 몫
아이디어·조사선행기술 검색, 유사문헌 분류발명의 핵심 착상
출원서 작성명세서·청구항 초안, 도면 보조청구범위 확정, 사실 검증
심사 대응거절이유 분석, 답변 초안보정·의견서 최종 판단
발명자·책임(해당 없음)발명자 표기, 법적 책임

AI가 못 하는 부분 — 진보성과 기재요건

AI 초안을 그대로 내면 등록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허가 되려면 신규성과 진보성이 있어야 하고, 명세서에는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 수단이 적혀 있어야 한다(기재요건). 특허청은 'AI 발명'은 구현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구체적 내용을 명세서에 적어야 하며, 학습 데이터와 학습 방법이 두루뭉술하면 거절될 수 있다는 기준을 두고 있다(특허청, AI 발명의 특허요건·기재요건). AI가 그럴듯한 문장을 빠르게 만들어 줘도, 진보성 논리와 데이터 근거를 채워 심사를 통과시키는 일은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또 하나, AI는 사실을 지어내기도 한다. 존재하지 않는 선행문헌이나 부정확한 수치가 명세서에 섞이면 출원 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변리사용 도구들도 'AI는 초안, 검토와 책임은 전문가'라는 구조를 공통으로 깔아 둔다.

정리: 보조는 가능, 대체는 아직

지금의 답은 분명하다. AI는 출원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보조 도구로는 유용하다. 그러나 발명자는 사람이고, 권리의 최종 책임도 사람이며, 등록은 심사를 통과해야 나온다. 한국·미국·영국·유럽이 입을 모아 'AI 발명자'를 부정한 지금, AI 혼자 출원부터 등록까지 끝내는 그림은 가능하지 않다. 바뀌는 것은 도구이지, 주체가 사람이라는 원칙은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