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옥상 태양광 자가소비, 명과 암

Q렌즈 · 2026.06.27

아파트 옥상의 빈 공간에 태양광을 깔고 거기서 나온 전기를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조명 같은 공용부에 바로 쓰면 공동전기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공동전기료가 마이너스로 찍힌 단지도 있다. 다만 효과가 분명한 만큼 그늘도 분명하다. 초기 투자비, 옥상 구조안전과 방수, 입주자 과반 동의, 깎이지 않는 기본요금이 발목을 잡는다. 명과 암을 사례로 나눠 본다.

구조: 자가소비와 상계거래

방식은 두 가지다. 발전한 전기를 그 자리에서 쓰는 자가소비, 그리고 다 못 쓰고 남은 잉여전력을 한전 망으로 흘려보냈다가 나중에 받아 쓴 전기에서 빼주는 상계거래다. 상계거래에서 전력량요금은 받은 전기에서 보낸 전기를 뺀 양으로 매겨져 사용량 요금을 0원까지 줄일 수 있다(전기저널). 아파트 공용부는 낮 시간대 소비가 꾸준해 발전한 전기를 그 자리에서 소화하기 좋다는 점에서 자가소비 궁합이 좋다.

명: 공동전기료를 마이너스로

서울 동대문구 휘경브라운스톤 아파트는 2020년 8개 동 가운데 7개 동 옥상에 122kW 태양광을 설치했다. 발전한 전기를 공용부로 바로 보내자, 한때 매달 5천~6천원이던 공동전기료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23년 7월 고지서에 찍힌 가구당 공동전기료는 -1450원, 사실상 1만원가량을 절약한 셈이다. 설비 구매 대신 7년 대여를 택해 451가구가 매달 약 1300원씩만 분담했고, 대여가 끝나면 모듈 수명 20년까지 무료로 쓴다(한국일보, 2023-11).

서울 강남구의 한 단지(1600가구)는 한 달 공용 전기 사용량 약 2만4000kWh의 25%가량을 공동 태양광으로 충당해 가구당 약 1000원을 줄였다(이코노믹데일리, 2024-09). 임대주택은 운신이 더 넓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임대단지에 태양광 등 친환경 설비를 적용해 가구당 약 9만5000원의 전기료를 줄였다고 밝혔다(한국일보, 2023-11).

명: 보조금·탄소·유휴공간

초기 부담은 보조금으로 던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주택지원) 사업은 2025년 태양광에 kW당 최대 약 79만원을 지원해, 3kW 설치 시 약 240만원까지 보조한다(한국에너지공단). 경기 남양주 위스테이별내 아파트는 7개 동 210kW를 설치하며 이 사업으로 설치비의 70%를 지원받았다(한국일보, 2023-11).

환경 측면도 있다. 휘경브라운스톤의 누적 발전량(설치 후 약 3년간 46만5689kWh)을 화력으로 메우려면 약 22만kg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야 한다(한국일보, 2023-11). 늘 비어 있던 옥상을 발전 자산으로 바꾸는 셈이기도 하다. 싱크탱크 넥스트는 옥상 200제곱미터 이상 건물의 가용 면적 25%만 써도 국내 지붕 태양광 잠재량이 42.2GW, 2030년 발전량의 약 8%에 이른다고 봤다(한국일보, 2023-11).

암: 동의·구조·방수

가장 큰 벽은 사람이다. 옥상은 공용부분이라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려면 입주자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종전에는 동의 요건이 3분의 2 이상이라 단지마다 의견을 모으기 어려웠지만, 2025년 4월 15일 공포된 개정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5451호)이 공용부분 태양광 설비의 설치·철거 동의 요건을 해당 동 입주자등의 2분의 1 이상(과반)으로 낮췄다(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 전기신문, 2025-05). 동의 주체인 입주자등에는 집을 소유한 입주자뿐 아니라 세 들어 사는 사용자도 포함된다. 그래도 합의 과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휘경브라운스톤은 옥상층 거주자의 누수 우려와 전자파 오해로 반대가 컸고, 보험으로 누수를 처리할 수 있다는 설득 끝에 필요한 동의를 모았다(한국일보, 2023-11).

안전 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기존 건축물에 태양광을 얹으면 설비를 건축설비로 보아, 늘어나는 수직하중·적설하중·풍하중에 대한 구조 적정성을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가 검토하도록 한다. 옥상 설비 최대 높이는 5미터로 제한되고, 유지관리를 위해 옥상 난간 안쪽 50센티미터 이내에는 설치할 수 없다(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노후 옥상은 방수층을 뚫고 가대를 세우는 과정에서 누수 위험이 따라, 방수 보수와 함께 시공하는 편이 안전하다.

암: 투자비·기본요금·내구연한

비용 회수 기간도 짚어야 한다. 자가소비는 사용량 요금만 줄일 뿐 기본요금은 그대로 남는다. 상계거래도 마찬가지여서, 잉여전력으로 사용량 요금을 0원까지 줄여도 기본요금은 내야 하고 부가가치세마저 상계 전 받은 전력량 기준으로 매겨진다(법제처 법령해석). 발전량은 계절과 날씨, 옥상 방향에 따라 출렁이고, 모듈 수명은 약 20년이라 그 안에 인버터 교체와 유지보수 비용이 더해진다. 대여 모델은 초기 부담을 낮추지만 대여 기간 분담금을 합치면 절감액의 상당 부분이 상쇄된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정리

아파트 옥상 태양광은 공용전기료를 마이너스까지 끌어내린 실제 사례가 있을 만큼 효과가 뚜렷하고, 보조금과 대여로 초기 부담을 낮출 길도 있다. 반대로 입주자 과반 동의, 구조안전과 방수, 깎이지 않는 기본요금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함께 있다. 옥상 면적과 방향, 공용부 낮 시간대 소비량, 노후 방수 상태, 보조금 가능 여부를 먼저 점검하고, 직접 설치와 대여의 회수 기간을 비교한 뒤 입주자 동의를 모으는 순서가 무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