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청년이 노동시장을 떠난다 — 89.9%에서 82.3%로, 25년의 구조 전환
2025년 82.3%로 떨어졌다 — OECD에서 가장 가파른 하락
같은 기간 여성은 52.4%에서 77.5%로 올랐다. 두 선이 교차하는 지점의 구조를 본다
2000년 89.9% → 2025년 82.3%
52.4% → 77.5% 같은 기간
최근 4년 청년 일자리 감소분
1. 수치부터 던진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이 2026년 4월 1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2026-8호는 하나의 수치에서 출발한다. 25~34세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00년 89.9%에서 2025년 82.3%로 7.6%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경기 부침으로 읽히지 않는다. 25년에 걸친 단방향 하락이다. 같은 기간 같은 연령대 여성은 52.4%에서 77.5%로 25.1%포인트 상승했다. 두 성별의 참가율 격차는 2000년 37.5%포인트에서 2025년 4.8%포인트로 좁혀졌다.
문제는 비교의 축을 국제로 확장할 때 선명해진다. 헤럴드경제가 정리한 한은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1995년 한국 남성 청년 경활률은 OECD 평균(93.5%)과 거의 같았다. 2024년 기준 OECD 평균은 90.6%, 일본은 94.6%다. 한국만 떨어졌다.
2024년 25~34세 남성 경제활동참가율 국제 비교
출처: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2026-8호 (2026.04.14)
2. 밀레니얼은 나이를 먹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경활률 하락을 '청년기의 지연'으로만 읽으면 오독이다. 한은 보고서가 강조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5년생) 남성이 30대 후반에 도달해도 참가율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세대는 취업 준비가 길어도 20대 후반에는 노동시장에 들어갔다. 지금의 밀레니얼 남성은 35~39세 시점에서도 앞선 세대 같은 나이대보다 낮은 참가율을 유지한다. 보고서는 이를 "노동시장 진입 지연이 구조적 이탈로 전환"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더 뾰족한 숫자가 있다. 청년일보 보도에 따르면, 1991~1995년생 대졸 이상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 확률은 1961~1970년생 동일 학력 남성보다 15.7%포인트 낮다. 여성은 같은 비교에서 10.1%포인트 상승했다. 고학력 여성 쪽으로 수요가 옮겨간 자리를, 남성이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3. '쉬었음'과 '취업 준비'가 만드는 경로
떠난 남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이투데이가 정리한 보고서 세부 내용을 보면, 2003~2025년 25~29세 남성의 참가율 하락분을 행태별로 분해했을 때 '쉬었음'이 4.8%포인트, '취업 준비'가 4.0%포인트를 차지했다. 두 항목의 합이 거의 전체 하락분이다.
'쉬었음'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공식 분류로, 구직 의사도 취업 준비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취업 준비'는 구직 활동 중이지만 일주일간 실제 구직 행위가 있었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두 카테고리 모두 경활률에는 잡히지 않는다.
한은이 앞서 2026년 1월 발표한 BOK 이슈노트 2026-3호는 청년층 '쉬었음' 중에서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취업 의사를 접은 청년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집단은 나이가 들어도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낮다.
4. 고령층이 청년 자리를 가져갔다
한은 보고서는 남성 청년 경활률 하락의 세 번째 축으로 고령화를 든다. 인구 비중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4~2025년 55~64세 고용률은 12.3%포인트 상승했는데, 상승분의 기여 구조가 결정적이다.
고학력 일자리(관리자·전문직·사무직) 취업자의 기여율이 103.6%에 이른다. 100%를 넘는다는 건 해당 직군에서 고령층 비중이 늘어난 동시에 다른 직군에서는 고령층 비중이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다. 과거 고령층이 머물던 단순·생산직이 아니라, 청년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고령층이 자리 잡고 있다.
25~29세 남성 경활률 하락 기여도 (2003~2025, 행태별)
출처: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2026-8호 (민학신문 정리). '기타'는 전체 하락분에서 두 주요 항목을 차감한 잔차
5. 챗GPT 이후, 청년 일자리의 98.3%
네 번째 축이 가장 날카롭다. AI 확산이다. 한은은 챗GPT 출시(2022년 말)를 전후로 최근 4년간 15~29세 일자리가 25만5,000개 감소했다고 기록했다. 이 중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만 25만1,000개가 줄었다. 전체 감소분의 98.3%다.
이 비율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청년층이 지난 4년간 일자리를 잃은 이유가 '전반적 경기 둔화'가 아니라 'AI가 대체 가능한 영역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를 "기술 확산 초기 단계에서 엔트리 레벨 일자리가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고 해석했다.
엔트리 레벨 — 신입이 들어가던 자리 — 이 사라졌다는 것은 단순한 일자리 감소가 아니다. 경력을 쌓을 진입로 자체가 좁아진다는 뜻이다. 1년 차에 하던 업무를 AI가 처리하면, 5년 차가 될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은 5년 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6. 여성과의 대조는 해결책이 아니다
여성 경활률이 같은 기간 25.1%포인트 오른 것을 두고 "여성이 남성 자리를 뺏은 결과"로 읽는 해석이 흔하다. 한은 보고서는 이 해석을 명시적으로 경계한다.
윤진영 과장은 이투데이 인터뷰에서 "여성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된 현재가 과거보다 균형적"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남성이 차지하던 핵심 연령층 노동시장이, 이제 성별·연령의 다양한 공급원으로 재편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재편 과정의 속도와 비대칭이다. 여성 경활률 상승이 제로섬이 아니었다면 전체 취업자 수가 확장됐어야 한다. 그런데 남성 청년의 이탈분이 여성 청년의 진입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쉬었음'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노동시장 효율성이 아니라 손실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다.
대졸 이상 경활 참가 확률 변화 (91~95년생 vs 61~70년생)
출처: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2026-8호 (청년일보 정리). 같은 학력 기준 세대간 참가 확률 차이
7. 통계의 한계
한 가지 유보가 필요하다. 경활률은 '경제활동 의사'를 측정하는 지표이지 '일자리 질'을 측정하지 않는다. 82.3%라는 숫자 안에도 비정규직·단시간·불안정 고용이 섞여 있다. 2000년 89.9%라는 수치도 마찬가지로 당시의 고용 형태를 반영한 것이다.
또 한은 보고서의 AI 영향 추정은 챗GPT 등장 전후 4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패턴을 근거로 한다. 이 기간 동안의 일자리 변화가 전적으로 AI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기 순환, 코로나19 이후 조정, 기업 구조조정 등이 겹쳐 있다.
한은도 이 점을 의식해 "AI 고노출 업종에서 감소가 집중됐다"는 상관관계로 기술했지 인과를 단정하지 않았다. 다만 98.3%라는 집중도는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Q렌즈의 시각
이 수치를 읽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자연스러운 재편'으로 보는 관점이다. 여성이 참여하고, 고령층이 일하고, AI가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시장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 한은도 큰 틀에서 이 방향을 인정한다.
다른 하나는 '재편의 비용이 어디로 가는가'를 묻는 관점이다. 남성 청년 7.6%포인트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때, 그들의 '쉬었음'이 개인 선택인지 구조적 탈락인지는 통계가 말해주지 않는다. 30대 후반까지 돌아오지 않는다는 데이터는, 단순한 선택의 결과라기엔 비용이 크다.
질문을 남긴다. 엔트리 레벨 일자리가 98.3%의 집중도로 사라진 노동시장에서, 다음 세대의 경력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대체된 자리 없이 커리어 후반부만 남은 시장의 5년 뒤는 어떤 모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