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의 시대가 가고, 바이브코딩과 정적 페이지의 시대가 왔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기본 방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 10년간 표준은 워드프레스로 대표되는 CMS(콘텐츠 관리 시스템)였다. 관리자 화면에 로그인하고, 플러그인을 깔고, 데이터베이스에 글을 쌓는 방식이다. 그런데 두 가지 변화가 겹치면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하나는 AI에게 말로 시켜 코드를 만드는 "바이브코딩", 다른 하나는 데이터베이스 없이 미리 만들어 둔 파일만 올리는 "정적 페이지(정적 사이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워드프레스는 여전히 웹의 가장 큰 단일 세력이지만, 점유율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완만하게 꺾였다. 반대로 정적 사이트와 AI 보조 코딩은 빠르게 일상으로 들어왔다. 다만 이것은 "워드프레스의 죽음"이 아니라 "선택지가 늘어난 분화"에 가깝다. 비개발자의 콘텐츠 운영처럼 CMS가 여전히 더 나은 영역이 분명히 남아 있다. 이 글은 그 흐름을 수치와 반론을 함께 두고 정리한다.
워드프레스는 여전히 크다, 다만 처음으로 꺾였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기술 사용량 집계 기관인 W3Techs 기준으로, 2026년 6월 현재 워드프레스는 전체 웹사이트의 약 41.9%, 특정 CMS를 쓰는 사이트만 놓고 보면 약 59.4%를 차지한다. 2위 Shopify(약 5.2%), 3위 Wix(약 4.3%)와 비교하면 격차가 압도적이다(W3Techs, 2026년 6월).
그러나 추세는 꺾였다. 같은 기관 집계에서 워드프레스 점유율은 2025년 5월 약 43.5%였다가 1년 사이 약 1.5%포인트 내려왔다(W3Techs 추이). 절벽처럼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10여 년간 거의 일방적으로 오르기만 하던 곡선이 방향을 바꿨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만 이 수치에는 한계가 있다. W3Techs는 "기술의 존재"를 셀 뿐, 그 사이트가 실제로 운영·갱신되는지는 구분하지 않는다. 방치된 옛 워드프레스 설치도 한 표로 잡힌다.
| 플랫폼 | 전체 웹사이트 대비 점유율 |
|---|---|
| WordPress | 약 41.9% |
| Shopify | 약 5.2% |
| Wix | 약 4.3% |
"바이브코딩"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나
"바이브코딩(vibe coding)"은 2025년 2월 2일, 오픈AI 공동창업자이자 전 테슬라 AI 책임자였던 안드레이 카파시가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처음 쓴 표현이다. 그는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분위기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새로운 코딩"이라고 했고, "변경 내역(diff)을 더는 읽지 않고 전부 수락하며, 에러 메시지는 그냥 복사해 붙여 넣으면 대개 해결된다"고 적었다(Karpathy, X, 2025년 2월 2일).
이 말은 빠르게 퍼졌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2025년 3월 이 단어를 "유행어"로 등재했고, 콜린스 사전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BBC, 2025년 11월). 뿌리는 카파시가 2023년에 한 말, "가장 뜨거운 새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다"에 닿아 있다. 사람이 형식 언어로 직접 코드를 쓰는 대신, 자연어로 설명하면 거대언어모델(LLM)이 코드를 생성한다는 발상이다(위키백과 'Vibe coding').
AI 코딩 도구가 만든 변화의 규모
도구의 성장 속도가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보여준다. AI 코드 에디터 Cursor를 만든 Anysphere는 2025년 11월 약 293억 달러 기업가치로 23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CNBC, 2025년 11월). 앤트로픽의 Claude Code, 깃허브 Copilot, Replit 같은 도구도 함께 확산했다.
이용 행태도 바뀌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는 2025년 초 코호트 스타트업의 약 4분의 1이 코드베이스의 95% 가량을 AI로 생성했다고 밝혔다(TechCrunch, 2025년 3월). 비개발자도 아이디어만으로 작은 앱과 웹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케빈 루스가 코딩을 모르는 상태로 소규모 앱을 만들어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NYT, 2025년 2월).
왜 결과물이 "정적 페이지"로 모이나
AI에게 가장 시키기 쉬운 결과물이 정적 페이지다. 정적 사이트는 데이터베이스나 서버 측 처리 없이 HTML·CSS·자바스크립트 파일만으로 동작한다. 이런 방식을 묶어 부르는 말이 "Jamstack"이다. 미리 빌드한 파일을 CDN에 얹기 때문에 장점이 분명하다. 첫째, 빠르다. 둘째, 공격 표면이 좁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로그인·플러그인·DB가 없으니 그만큼 뚫릴 곳도 적다). 셋째, 깃허브 페이지스·Vercel·Netlify 같은 곳에서 사실상 무료에 가깝게, 별도 서버 관리 없이 올릴 수 있다(Bejamas, GitHub Pages·Netlify·Vercel 비교).
실제로 정적 우선 방식의 채택은 늘었다. Netlify가 펴낸 개발 설문 등에서 신규 웹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Jamstack·정적 우선 접근을 택했다는 집계가 나온다(다만 이 수치는 호스팅 사업자 자체 조사라는 점을 감안해 읽어야 한다)(Jamstack.org). 참고로 지금 보고 있는 이 사이트(q-bot.kr)도 데이터베이스 없는 정적 페이지를 깃허브 페이지스에 올리는 구조다.
반론: 그래도 워드프레스와 CMS가 이기는 자리
흐름이 분명하다고 해서 CMS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첫째, 규모. 전체 웹의 40% 이상이라는 점유율은 한 해 1.5%포인트 감소로 무너지지 않는다. 둘째, 비개발자 운영. 매일 글·이미지·상품을 직접 올려야 하는 쇼핑몰·언론·동호회에는 코드 없이 화면에서 관리하는 CMS가 여전히 합리적이다. 수만 개 플러그인 생태계와 익숙한 운영 인력도 자산이다.
셋째, AI 코드의 품질 문제다. 비영리 평가기관 METR의 2025년 무작위 대조 실험에서,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들은 AI 도구를 쓸 때 오히려 약 19% 느려졌다. 본인들은 더 빨라졌다고 느꼈는데도 그랬다(METR, 2025년 7월). 보안 측면에서도 VeraCode의 2025년 10월 보고서는 지난 3년간 LLM이 "동작하는 코드"는 훨씬 잘 만들게 됐지만 "안전한 코드"를 만드는 능력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Veracode, 2025년 10월). 검토 없이 결과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이브코딩의 정의 자체가 운영 환경에서는 위험을 키운다는 비판이다.
정리: 죽음이 아니라 분화
정확히 말하면 시대가 "교체"되는 것이 아니라 "갈라지는" 중이다. 매일 손으로 콘텐츠를 운영해야 하면 CMS가 여전히 낫다. 반대로 자주 바뀌지 않는 소개·문서·블로그·개인 도구라면, AI에게 설명해 정적 페이지를 만들고 무료 호스팅에 올리는 쪽이 더 빠르고 더 안전하며 더 싸다. 다만 어느 쪽이든 핵심은 같다. AI가 만든 코드든 사람이 만든 코드든, 검토하고 이해한 만큼만 믿을 수 있다는 것. 워드프레스의 독점이 끝나가는 자리에 들어선 것은 또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용도에 맞춰 고르는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