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 Harper · 2026.04.24 · 약 8분

1분기 GDP 1.7%, 반도체를 빼면 절반으로 준다

2026년 4월 23일 한은이 발표했다. 1분기 GDP 1.7% 성장
이 숫자는 한은 전망치 0.9%의 두 배. 5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 다른 숫자도 있다. 반도체 기여도 55%
1.7% 1분기 GDP 성장률
전기 대비, 5년 6개월 만의 최고
55% 반도체 제조업 기여도
한은 경제통계2국 공식 발표
139.1% 반도체 수출 증가율
전년 4분기 43.9% → 1분기

1. 같은 자료에 들어있는 두 숫자

2026년 4월 23일 한국은행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했다. 전기 대비 1.7%. 2020년 3분기 2.2% 이후 5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2월에 한은이 제시한 전망치는 0.9%였다. 실제 수치는 거의 두 배다.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JP모간은 연간 성장률 전망을 2.2%에서 3.0%로 상향했다. 씨티도 2.9%로 올렸다. 코스피는 4월 23일 장중 6,557을 찍으며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런데 같은 발표 자료 안에 다른 숫자가 들어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이 직접 밝힌 수치다. "반도체 제조업 기준으로 봤을 때 성장 기여도는 55% 정도 된다." 반도체를 빼면 1분기 성장률은 1.7%에서 절반 이상 낮아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국제기구의 시선은 더 보수적이다. OECD는 2026년 한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 2.1%에서 1.7%로 하향했다. 같은 분기 실적을 보고 한쪽은 전망을 올렸고, 다른 쪽은 내렸다.

2. 1분기를 밀어올린 것은 무엇인가

한은 발표 원문을 부문별로 뜯어본다.

수출이 5.1% 증가했다. 2020년 3분기 14.6%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 중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4분기 43.9%에서 올해 1분기 139.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 증가율은 8.4%에서 37.8%로 뛰었다.

설비투자는 4.8% 늘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투자가 중심이다. 건설투자도 2.8% 증가했는데, 반도체 공장 건설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부문별 기여도는 이렇다. 순수출 1.1%포인트, 내수 0.6%포인트. 내수 안에서도 민간소비 0.2%포인트, 설비투자 0.4%포인트, 건설투자 0.3%포인트. 민간소비는 0.5% 증가에 그쳤다.

2026년 1분기 성장률 기여도 (한은 발표, %포인트)

반도체 제조업
0.9p
설비투자
0.4p
건설투자
0.3p
민간소비
0.2p

출처: 한국은행 2026년 1분기 실질 GDP 속보치 · 반도체 제조업은 제조업 기여도 1.0p 중 추산치

3. 55%라는 숫자의 의미

반도체 기여도 55%는 무엇을 말하는가. 한은 설명에 따르면 이 수치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0.8%포인트 낮아진다는 뜻이다. 즉 1.7% 중 약 0.9%포인트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한은 통계국장의 표현은 이랬다. "제조업 기준으로 보면 반도체의 성장 기여도가 55% 정도다." 같은 제조업 안에서도 반도체 비중이 이 정도라는 의미다. 제조업 전체 성장은 3.9%였는데, 서비스업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업종 간 회복 속도 차이도 뚜렷했다.

"1분기 성장을 이끈 것은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전년 4분기 43.9%에서 1분기 139.1%로 세 배 이상 뛰었다. 이 한 산업의 변화가 국가 전체 성장률 발표 숫자를 좌우했다."

기업 실적도 이 구조를 반영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133조 원, 영업이익 57조 2000억 원.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37조 610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증시에서 이 두 회사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월 기준 40%를 넘었다.

4. OECD는 왜 반대로 움직였을까

1분기 실적이 이렇게 좋은데, OECD는 왜 연간 전망을 낮췄을까. 답은 2분기에 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분기에는 90일 중 약 열흘만 영향을 미쳤다. 한은도 이 점을 인정했다. 이동원 국장은 "3월 하순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국내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분기는 다르다. 전쟁 영향이 본격 반영된다. 기획재정부는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중동 전쟁 영향 등으로 2분기 성장률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거론했다.

OECD·캐피털이코노믹스·씨티가 연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유가 여기 있다. 1분기 실적만 보면 깜짝 성장이지만, 2~4분기는 전쟁 여파가 누적될 구간이다. JP모간이 3.0%로 올린 것은 1분기 효과에 무게를 둔 해석, OECD가 1.7%로 낮춘 것은 2분기 이후 위험에 무게를 둔 해석이다.

5. 소득 지표가 생산 지표보다 높았다

1분기 자료에서 덜 주목받은 수치가 하나 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7.5%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2.3%. 1988년 1분기 8.0% 이후 38년 만의 최고치다.

GDI는 실질 GDP에 실질 무역손익을 더한 값이다. 생산한 만큼이 아니라 그 생산으로 실제 벌어들인 구매력을 보여준다. GDP 1.7%보다 GDI 7.5%가 훨씬 높다는 것은, 같은 양을 생산했더라도 팔 때 가격이 유리했다는 뜻이다.

이유도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가격이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됐다. 같은 물량을 수출해도 받는 돈이 많아졌다. 이 효과가 GDI 38년 만 최고치를 만들었다.

"GDP와 GDI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경제가 '더 많이 만들어서'가 아니라 '더 비싸게 팔아서' 커졌다는 뜻이다. 가격은 언제든 다시 움직인다."

6. 결국 조건부의 문제다

이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1분기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한 산업의 가격 상승에 크게 의존한 성장을 기록했고, 2분기 이후는 중동 전쟁과 반도체 가격 유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한은 이창용 총재의 발언도 이 조건부 구조를 반영한다. "기업 실적 개선이 투자와 내수로 이어질 경우 경기 회복 흐름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조건절이 앞에 붙었다. 실적 개선이 투자·내수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 성장은 지속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외기관들이 전망치를 조정한 폭을 보면 이 불확실성이 드러난다. OECD는 2.1%에서 1.7%로 하향, 캐피털이코노믹스는 2.0%에서 1.6%로 하향, 씨티는 2.4%에서 2.2%로 하향. 반면 JP모간과 씨티는 1분기 데이터 발표 후 상향 조정. 같은 시기에 정반대 움직임이 공존한다.

2026년 한국 연간 성장률 전망치 변화 (%)

JP모간 (상향)
2.2→3.0
씨티 (상향)
2.4→2.9
OECD (하향)
2.1→1.7
캐피털이코노믹스 (하향)
2.0→1.6

출처: 미주중앙일보 2026.4.22 · 한국경제 2026.4.23

7. 지켜볼 두 가지 숫자

1분기 실적이 지속될지를 판단하려면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첫째, 반도체 수출 가격이 유지되는가. 교역조건이 개선된 것은 반도체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가격이 2분기에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GDI 증가를 결정한다. 월별 반도체 수출 단가 지수는 한국무역협회에서 매월 확인할 수 있다.

둘째, 기업 실적이 투자·임금으로 이어지는가. 한은이 지적한 조건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집행 속도와 임금 협상 결과가 이를 보여줄 것이다. 2분기 기업실적 발표는 7월 말 시작된다.

반도체 vs 반도체 제외 성장 (1분기 %)

전체 GDP 성장률
1.7%
반도체 제외 추정
0.8%
반도체 기여분
0.9p

출처: 시사저널 2026.4.23, 한은 이동원 경제통계2국장 발표 인용 · 반도체 제외치는 한은 공식 추산

Q렌즈의 시각

1.7%라는 숫자는 정직했다. 문제는 이 숫자가 어떤 구조에서 나왔는가이다. 한은이 같은 발표 자리에서 "반도체 55%"를 직접 짚은 것은 숫자의 해석 범위를 좁혀달라는 신호에 가깝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성장률은 0.8%. 이 수치가 한국 경제의 서비스업·내수·건설 실물이 만든 숫자다.

OECD와 JP모간이 같은 자료를 보고 반대로 움직인 이유도 여기 있다. 1분기 깜짝 성장에 무게를 두면 3.0%, 2분기 이후 불확실성과 업종 편중에 무게를 두면 1.7%. 둘 다 데이터를 잘못 본 게 아니라, 어디에 가중치를 두느냐의 차이다.

독자가 지금 물어야 할 질문은 "연간 3%인가, 1.7%인가"가 아니다. "반도체 가격과 투자가 지금 상태를 유지할 조건은 무엇인가"이다. 다음 분기 반도체 수출 단가 지수, 중동 정세, 기업 투자 집행률. 이 세 가지를 직접 추적하면 어느 전망이 맞아 가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