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주, 양도세 유예 종료가 서울 시장에 만든 세 개의 금
강남의 호가는 떨어지고 서울 외곽의 가격은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같은 제도가 같은 도시 안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1월말 6.3만 → 4.6 8.25만건
한국부동산원 (관악·구로 +0.26%)
11월 448명→1월 663명
2026년 5월 9일이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난다. 남은 시간은 3주 남짓이다. 정부는 2월 12일 공식 발표에서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유예 기간에 팔면 기본세율(6~45%)이지만, 5월 10일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 +20%p, 3주택 이상에 +30%p의 중과세가 붙는다. 여기에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배제된다.
이 변화는 다주택자 개인의 세금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3주 전부터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한 방향이 아니다.
1. 첫 번째 금: 매물은 쌓이는데 방향이 다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1월 말 6만 2,991건에서 4월 6일 8만 2,519건으로 1만 9,528건(+31.0%) 증가했다. 3개월 만에 세 달치 신규 공급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쏟아진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총량이 아니라 분포다. 같은 통계에서 구별 매물 증가율을 보면 격차가 뚜렷하다.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매물 증가율 (1.27 → 4.6)
출처: 아실 집계, 머니투데이 (2026.4.7)
증가율 1위 성동구(+72.2%)와 하위권 서초구(+44.6%)의 격차는 27.6%p다. 한강벨트의 상급지 단지들이 유독 매물 출회가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헤럴드경제 분석에 따르면 강남3구와 용산구의 매물 증가분만 합쳐도 약 9,000건으로, 송파구 초대형 단지인 헬리오시티(9,510세대) 한 채의 전체 물량과 맞먹는 규모다.
반대로 매물이 안 나오는 지역도 분명 있다. 서울 외곽의 노원·도봉·강서·관악은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일부 단지는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매물의 이동 경로를 보면, 세금 부담이 큰 다주택자는 상급지에서 한 채를 정리하고 있는 반면, 실수요는 중저가 외곽으로 몰리고 있다는 그림이 나온다.
2. 두 번째 금: 강남은 조정, 외곽은 신고가
가격은 매물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3월 다섯째 주, 30일 기준)은 서울 시장의 균열을 수치로 보여준다.
상승률 상위는 강서(+0.27%), 성북(+0.27%), 관악(+0.26%), 노원(+0.24%), 구로(+0.24%) 등 중저가 밀집 외곽이다. 반면 강남(-0.22%), 서초(-0.02%), 송파(-0.01%)는 모두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상승률(+0.12%)을 기준으로 보면 외곽은 두 배, 강남권은 마이너스다.
이 '키 맞추기' 장세의 원인은 두 가지가 겹친 결과다. 첫째, 지난해 10·15 대책으로 2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의 대출 한도는 2억 원으로 묶였고, 15억 원 이하는 최대 6억 원까지 가능하다. 돈줄이 다르면 수요가 향하는 곳도 다르다. 둘째, 전세 시장이 마비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월 1일 2만 3,060건에서 4월 8일 1만 5,441건으로 33.1% 급감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매매로 밀려나면서, 대출이 나오는 외곽 중저가로 몰려든 것이다.
3. 세 번째 금: 70대가 강남을 판다
매도자 프로필도 바뀌었다. 아실 집계에 따르면 강남3구에서 70대 이상 매도자는 지난해 11월 448명에서 올해 1월 663명으로 4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매물 증가율(5.0%)을 10배 가까이 앞선다.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는 같은 기사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다주택자들은 압구정을 최대한 남기려 하고 50~60대 소유자들도 팔 생각이 없지만, 고령분들은 집을 정리하고 자녀 사는 곳 인근이나 다른 지역 소형으로 이사해 남은 현금을 노후자금과 자녀 지원용으로 쓰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세 가지다.
첫째, 세금은 고령층에 더 강하게 작동한다. 70대 1주택자는 보유세 부담과 상속·증여 준비 시점이 겹친다. 양도세 중과 이슈는 직접적으로는 다주택자를 향하지만, 간접적으로 '지금 팔지 않으면 더 복잡해진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둘째, 강남의 가격 조정은 일회성이 아닐 수 있다. 다주택자 매물은 5월 9일을 기점으로 출회가 마무리되겠지만, 고령층 1주택 매물은 그 이후로도 이어진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다주택자 보유세가 최대 50%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7월 세제 개편까지 함께 보면 매도 압력은 구조적 성격을 띤다.
셋째, 매도된 현금은 서울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고령 매도자의 상당수는 경기권 중소형이나 지방으로 다운사이징한다. 강남에서 빠져나간 유동성이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 수요를 키우는 한 축이 되고 있다.
3월 5주 서울 자치구별 주간 아파트 가격 변동률
출처: 한국부동산원 (2026.3.30 기준)
4. 정부의 두 번째 카드: 담보대출 만기 연장 금지
양도세 중과만이 다가 아니다. 2026년 4월 17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의 다주택자 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이 조치의 직접 대상은 전국 약 1만 2,000가구, 서울·경기에 약 7,500가구가 집중돼 있다.
이 정책의 설계 의도는 분명하다. 다주택자가 대출 만기를 반복 연장하며 원금 상환을 무기한 미루는 '버티기 전략'을 차단하는 것이다. 4월 17일 대출 만기 연장 금지와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22일 간격으로 이어지면서, 다주택자는 사실상 '팔거나 이자를 감당하거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강남3구 토지거래허가 신청 급증 (4.6~14 vs 2월 전체)
출처: 자치구 집계, 이콘밍글 (2026.4). 좌: 4월 9일 신청분, 우: 2월 전체
5. 정부가 열어둔 출구: 토지거래허가 4~6개월 유예
정부도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는 것은 원치 않는다. 2월 12일 발표된 보완방안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 지역에 속하는 강남·서초·송파·용산 4구의 주택은 5월 9일 이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일로부터 4개월 내 양도하면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16일 신규 지정된 조정대상지역은 6개월 내로 더 여유가 있다.
이 보완책이 나온 후 거래는 실제로 움직였다. 4월 6일부터 14일 사이 송파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274건으로 2월 전체(253건)를 이미 넘어섰다. 강남구(169건)와 서초구(130건)도 2월(135건·124건)을 상회했다.
6. 경제 기반이 흔들리는가, 구조가 바뀌는가
이 모든 장면이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두 개의 해석이 경쟁 중이다.
첫 번째 해석은 '일시적 조정론'이다. 다주택자 막판 매도가 끝나면 매물 출회는 줄어들고, 세금 부담이 덜한 1주택자는 관망을 이어가면서 강남 가격은 다시 회복한다는 것이다. 실제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의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연장금지 등 추가 매물 출회 여력이 있지만 급증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두 번째 해석은 '구조적 이동론'이다. 대출 규제·전세 품귀·세제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강남의 자본이 수도권 외곽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 이후 외곽부터 흔들리고 강남은 꿈쩍도 하지 않았던 과거와 다르다"고 진단한다. 매도 주체가 고령 1주택자와 다주택자로 넓어지고,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전체 거래의 81.7%를 차지하게 된 이 국면은 단순 조정을 넘는 재배치에 가깝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7월 세제 개편과 하반기 거래량이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두 해석 모두 인정하는 사실은 하나다. '서울 집값'이라는 단일한 지표는 이미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Q렌즈의 시각
D-3주의 서울 시장을 보면서 읽어야 할 질문은 '강남이 더 빠질까'가 아니라 '같은 제도가 왜 반대 방향으로 작동하는가'다. 양도세 중과는 원칙적으로 조정대상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에만 적용된다. 비조정지역인 서울 외곽은 세금 이슈의 영향권 밖이다. 그런데 매물은 한강벨트에 쌓이고, 가격은 외곽에서 뛴다.
세금이 직접 겨냥한 곳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세금이 건드리지 않은 곳에는 전세 난민과 제한된 대출 한도가 흘러든다. 정책의 의도(상급지 공급 확대)와 시장의 반응(외곽 과열)이 어긋나는 이 구조가 5월 이후에도 지속된다면, 양도세 유예 종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것이다.
다주택자 한 사람의 세금 계산을 넘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한국 부동산 세제가 20년 만에 실험하는 재배치다. 그 실험이 어디서 멈출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 시리즈 · 집을 팔 때, 숫자 뒤에 있는 것들
① D-3주, 양도세 유예 종료가 서울 시장에 만든 세 개의 금 ← 지금 이 글
② 12억 비과세의 함정: 고가주택 안분 공식이 수천만 원을 가른다 (내일 오전 발행)
③ 일시적 2주택 3년 룰: 비과세가 사라지는 6가지 장면 (내일 오후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