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서 돈은 어떻게 도는가 — 수익모델과 함정
앞 편에서 토대를 채울 돈은 내려갔지만 절반 넘게 잠겼다고 적었다. 이번엔 반대편을 본다. 도시재생에서 실제로 돈이 도는 구조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흔한 결말은 보조금이 끊기는 순간 무너지는 것이다. 돈이 도는 모델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보조금이 아니라 손님에게서 매출이 나고, 민간 자본이 함께 들어온다.
보조금이 끊기면 무너진다 — 청년몰
정부가 전통시장에 청년 점포를 채워 넣은 청년몰은 이 함정의 교과서다. 2017년 이후 처음 입점한 점포 575개 가운데 2024년 8월까지 235개가 문을 닫아 폐업률이 약 41%에 이르렀다(한국일보, 2024-10). 2017년 입점 점포가 2년 이상 버틴 비율은 51%에 그쳤고, 전국 35곳 청년몰의 월평균 매출은 100만~400만원이 17곳으로 가장 많아 임차료와 인건비를 빼면 남는 게 없었다.
국비는 2016년 107억원에서 2018년 225억원까지 늘었다가 2023년 26억원, 2024년 2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누적 808억원을 쏟았지만 지원이 끊기자 생존이 무너졌고, 2024년에는 활성화사업 10곳을 모집하는데 6곳만 지원했다. 교훈은 분명하다. 보조금으로 채운 상권은 보조금이 빠지면 함께 빠진다.
마중물에 민간을 붙인다 —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그래서 최근 정책은 보조금 대신 투자라는 틀로 옮겨 갔다. 지역활성화 투자펀드는 정부 재정과 산업은행, 지방소멸대응기금이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해 3,000억원의 모(母)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민간 자본과 지자체가 더한 자(子)펀드로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구조다. 정부는 모펀드 대비 10배 이상의 레버리지로 사업비 기준 3조원 규모 투자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기획재정부, 정책브리핑 2023-08). 수도권 사업과 향락시설은 대상에서 빠진다.
핵심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정부 돈이 위험의 앞단을 받쳐 주되, 사업의 성패는 민간 투자자가 따진다. 보조금처럼 한 번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회수와 수익을 전제로 돈이 들어온다. 다만 펀드인 만큼 부실 위험도 함께 진다. 마중물이 마중물로 끝나지 않으려면 결국 프로젝트가 돈을 벌어야 한다.
규제를 풀어 빈집을 자산으로 — 다자요
1편에서 본 160만 호의 빈집은 비용이지만, 누군가에겐 재료다. 빈집을 장기 임차해 고쳐서 숙박으로 운영하는 다자요는 한때 농어촌민박의 거주 요건을 어긴다는 이유로 2019년 사업이 중단됐다. 이 충돌은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풀렸다. 1년 이상 비어 있던 연면적 230㎡ 미만 단독주택을 5개 시·군에서 50채 한도로, 연 300일 이내 영업하는 조건이었다(기획재정부 한걸음 모델, 정책브리핑 2020-09).
여기서 돈이 도는 방식은 보조금이 아니라 객실 매출이다. 비어 있던 집이 수익 자산으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마을기금 적립과 인근 가구 동의, 화재·안전 기준 준수가 조건으로 붙었다. 다만 이 길은 규제 위에 서 있다. 실증특례는 기한과 물량이 정해져 있고, 안전사고나 주민 갈등이 생기면 멈출 수 있다. 빈집을 자산으로 바꾸는 모델일수록 규제와 동의라는 토대에 더 단단히 묶인다.
지역 자원을 콘텐츠로 — 로컬 크리에이터
또 하나의 줄기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상품으로 바꾸는 로컬 크리에이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0년 이 사업을 신설해 첫해 140개 과제를 골랐고(중소벤처기업부, 정책브리핑 2020-06), 이후 지역 기반 창업가를 키우는 정책으로 이어졌다. AI로 낮아진 1인 창업의 문턱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만 이 역시 사업화 자금이 마중물일 뿐, 콘텐츠가 팔리지 않으면 청년몰의 길을 되밟는다.
돈이 도는 모델의 공통점
사례를 늘어놓으면 결국 같은 질문으로 모인다. 추천이 아니라 관찰로 정리하면 이렇다.
- 보조금이 끊겨도 손님에게서 매출이 나는가. 청년몰은 여기서 무너졌다.
- 민간 자본이 위험을 함께 지는가. 지역활성화 펀드는 이 구조를 노린다.
- 빈집·유휴공간을 싸게 확보하고, 규제를 통과했는가. 다자요는 규제를 푸는 데 사업의 절반을 썼다.
- 운영 주체가 보조금 없이 굴러갈 만큼 자립했는가. 마을사업 다수가 여기서 걸린다.
네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도시재생은 사업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 밖으로 시선을 옮겨, 일본·영국·미국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풀었는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