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지역의 토대를 채웠나 — 성과와 한계
앞선 글에서 AI가 1인 창업의 문턱을 지방까지 끌어내렸지만, 사람이 남으려면 정주여건·인프라·연결이라는 토대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그 토대는 채워지고 있을까. 정부가 토대를 채우겠다며 꺼낸 가장 큰 도구가 도시재생사업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돈은 해마다 들어가는데 토대는 여전히 비어 있다. 빈집은 줄기는커녕 늘었고, 내려간 돈의 절반 가까이는 쓰이지도 못했다.
빈집은 줄지 않고 늘었다
쇠퇴의 가장 단순한 물증은 빈집이다. 2024년 11월 1일 기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160만 호로 전체 주택의 8.0%이며, 1년 만에 4.2%, 6만 호가 늘었다(통계청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2025-07). 비율은 전남이 15.0%, 제주 14.2%, 강원 12.5%로 지방에서 높았다. 전국 주택 1,987만 호 가운데 지은 지 30년이 넘은 집이 557만 호(28.0%)에 이르는 상황과 겹치면, 노후 주택이 비고 그대로 방치되는 흐름이 읽힌다.
다만 이 수치는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통계청의 빈집은 조사 시점에 사람이 살지 않는 모든 주택으로, 신축 미입주나 매매·이사 사이의 일시적 공가까지 포함한다. 흔히 떠올리는 폐가, 즉 방치된 빈집만 추린 숫자가 아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빈집의 절대 수와 비율이 함께 오르고 있고, 그 무게는 지방에 실린다.
돈은 있는데 쓰이지 않았다
토대를 채울 재원도 마련됐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매년 1조원 규모로 편성해, 지방이 스스로 살길을 찾도록 광역·기초 지자체에 나눠 주는 돈이다. 문제는 집행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배분액의 2023년 말 기준 집행률은 기초지자체 107곳에서 37.6%에 그쳤다. 5,606억원을 받아 2,106억원만 썼다(한국경제, 2024-04).
집행률이 0%대인 곳도 11곳에 달했고, 부산 동구와 경기 가평·연천, 강원 평창·양양 등은 받은 돈을 한 푼도 쓰지 못했다. 사업과 무관하거나 돈을 쓸 곳을 찾지 못한 결과다. 토대를 채우라고 내려보낸 돈이 현장에서 사업으로 굴러가지 못한 셈이다. 같은 분석은 "돈을 나눠 줘서 지방소멸을 해소한다는 발상이 너무 단순하다"며 기금 설계 자체를 다시 보라고 지적했다.
쓰인 돈도 새고, 시설로 쏠렸다
집행된 사업이 모두 제대로 굴러간 것도 아니다. 2025년 4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국토교통부가 도시재생사업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불공정 계약과 장기 미집행, 지원인력 채용 문제 등 부적정 집행이 67건 적발됐다(국무조정실 보도자료, 2025-04). 현장지원센터가 이해관계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까지 나왔다.
방향의 문제도 있다. 그동안 도시재생은 거점시설을 짓고 벽화를 그리고 축제를 여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방문객을 잠시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어도, 그 자리에 눌러앉는 정주인구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다. 토대는 결국 주거와 일자리인데, 돈은 눈에 보이는 시설로 흐르기 쉬웠다.
그래도 투입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업이 멈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25년 12월 하반기 도시재생사업 48곳을 새로 골라 2조 1,161억원을 투입하고, 쇠퇴지역 458만㎡를 되살려 약 8,611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025-12). 돈은 계속 들어간다. 질문은 규모가 아니라 방향과 집행이다.
토대는 아직 비어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빈집이라는 쇠퇴의 물증은 늘었고, 내려간 돈은 절반 넘게 잠겼으며, 쓰인 돈도 시설과 관광으로 쏠렸다. 도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돈을 사업으로 바꾸고 사람을 남기는 토대가 약해서다. AI가 출발선을 끌어내렸다는 앞 글의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출발선에 사람이 남는 일은 도구가 아니라 토대의 몫이다.
그렇다면 토대는 무엇으로 채우나. 보조금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청년몰과 마을사업이 이미 보여 줬다. 다음 편에서는 도시재생에서 실제로 돈이 도는 구조, 즉 보조금이 끊겨도 버티는 수익모델과 그 함정을 1차 자료로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