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우회전, 3년이 지났는데 왜 매번 헷갈릴까
뒤차가 경적을 울린다. 이 상황, 며칠째 반복이다
그제부터 전국 2개월 집중단속이 다시 시작됐다
4.20 ~ 6.19
사망 75명 · 부상 1.8만 명
+ 벌점 15점
1. 월요일 아침, 봉천로 사거리
2026년 4월 20일, MBC가 보도한 서울 관악구 봉천로 사거리의 풍경은 이랬다. 교통안전계 경찰관이 정지선 옆에 섰다. 빨간불에 우회전하려던 차 12대가 한 시간 만에 걸렸다. "저는 사람이 없어서 가도 되는 줄 알았어요." 단속된 한 운전자가 말했다. 옆에선 또 다른 운전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속도 0에 수렴할 정도로 멈췄다가 가야 된다고 알고 있는데, 그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키트리가 같은 날 단속 현장에서 취재한 멘트는 더 노골적이다. "우회전 후 횡단보도에서 사람만 없으면 되는 줄 알았다." 50대 A씨. "출근길에 매일 지나는 길인데 단속이 있는 줄도 몰랐다. 법이 너무 자주 바뀐다." 30대 B씨.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 한 시간에 12명이 걸린다. 왜 아직도 헷갈릴까. 질문은 운전자의 탓으로 끝나지 않는다.
2. 가장 많이 틀리는 한 가지 — "빨간불엔 무조건 멈춘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오해는 이거다. "횡단보도에 사람 없으면 돌아도 되는 거 아니에요?" 답은 간단하다.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23년 시행 시점에 정리한 해설에 따르면, 전방 차량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우회전하려는 차는 사람 유무와 상관없이 정지선·횡단보도·교차로 직전에서 일단 완전히 멈춰야 한다. 그 다음 보행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서행으로 돈다.
핵심은 "멈춤"의 정의다. 서행이 아니라 일시정지.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안내한 기준은 "차를 즉시 정차시킬 수 있는 느린 속도"가 서행이고, 일시정지는 "바퀴가 완전히 굴러가지 않는 0km/h 상태"다. 경찰 단속 카메라가 보는 건 바로 그 바퀴의 멈춤 여부다.
전방 신호가 초록불일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때는 서행으로 돌되, 우회전한 뒤 만나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거나 건너려고 하면 그 앞에서 다시 멈춰야 한다. 초록불이라고 한 번에 쑥 지나가면 안 된다.
전방 신호별 우회전 방법 —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출처: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안(2023.1.22 시행)
3. 3년 동안 법이 이만큼 바뀌었다
사실 운전자들이 헷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관련 규정이 세 번 바뀌었다.
첫 번째 변화는 2022년 7월이었다.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보호 대상이 넓어졌다. 그전에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사람만 보호하면 됐는데, 개정 이후 "건너려고 하는" 사람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아직 발을 내딛지 않았어도 건너려는 의사가 보이면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변화는 2023년 1월이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가 명확해졌다. 모토야가 시행 전 개정 조문을 정리한 보도에 따르면 개정 후 조문은 "차마는 우회전하려는 경우 정지선, 횡단보도 및 교차로의 직전에서 정지한 후 신호에 따라 진행하는 다른 차마의 교통을 방해하지 않고 우회전할 수 있다"가 됐다. '정지한 후'라는 네 글자가 들어간 것이다. 같은 시점에 우회전 전용 신호등 근거도 새로 생겼다.
세 번째 변화는 2023년 4월 22일부터 시작된 실제 단속이다. 3개월 계도 기간이 끝나면서 위반 차량에 범칙금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장 혼선은 끝나지 않았다. 단속도, 단속을 피하는 운전자의 멈칫도 계속됐다.
그리고 2026년 4월 20일, 경찰청이 다시 2개월 집중단속을 발표했다. 제도 시행 3년 3개월째. 서울신문이 보도한 경찰청 입장에 따르면 "일시정지 없이 그대로 통과하거나, 정지 의무를 지키는 앞차에 경적을 울리는 등 법규 오인과 운전자 간 마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법은 있는데 문화가 아직이다.
4. "바퀴가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말의 무게
단속을 피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거의 멈춘 것'이다. 속도를 시속 5km, 3km까지 줄이며 슬금슬금 지나가는 것. 2026년 단속 기준 정리에 따르면 이런 움직임은 전부 위반이다. 서행은 일시정지가 아니다. 바퀴가 0.1km라도 굴러가면 카메라는 "안 멈췄다"고 기록한다.
실제 단속 경찰의 지침은 "바퀴가 완전히 멈춘 상태로 1~2초 유지"다. 발을 브레이크에서 뗐다가 다시 밟는 정도의 의식적 행동이 필요하다. 이걸 매일 지나는 길에서, 수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을 바꾸면서, 뒷차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한다. 쉬울 리가 없다.
승용차 기준 범칙금은 6만 원, 벌점 15점이다. 위키트리가 정리한 표에 따르면 승합차는 7만 원, 이륜차 4만 원, 자전거 3만 원. 스쿨존에서는 이 기준의 2배가 적용된다. 범칙금과 별개로 과태료 고지(카메라 단속)도 있고, 보험료 할증까지 생각하면 실제 타격은 더 크다.
차종별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범칙금 (2026년 기준)
출처: 위키트리 2026.4.21, 도로교통법 시행령. 벌점 15점(신호위반),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시 10점 별도. 스쿨존은 2배 가중.
5. 뒤차는 왜 경적을 울릴까
이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도로 위에 두 종류의 운전자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법을 지키려 멈추는 사람과, "왜 서지?" 하며 경적을 울리는 사람. 두 쪽 다 자기가 맞다고 생각한다.
MBC의 단속 현장 리포트는 이렇게 전한다.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는 앞 차량을 향해 경적을 울리는 등 운전자 간 마찰과 법규 오인 사례가 있다." 경찰청의 공식 해석에 따르면 멈춘 앞차에 경적을 울리는 행위 자체가 소음 유발 또는 안전운전 의무 위반으로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그 행동도 법 위반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단속 현장 멘트 중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차라리 우회전 전용 신호등을 만들어 달라." 이 목소리는 도로 구조의 근본 문제를 가리킨다. 한국의 교차로 대부분은 우회전 차량과 횡단보도가 가까이 붙어 있어 운전자가 보행자를 확인할 여유가 짧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이 2024년 5월 전한 정부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이 문제를 인식하고 우회전 신호등을 229개에서 4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1년에 우회전 사고 3건 이상 발생한 곳,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는 곳,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이 자주 엉키는 곳이 우선 설치 대상이다. 운전자의 습관도, 경찰의 단속도, 결국 도로가 만든 환경 안에서 움직인다.
6. 사망자 42명, 그중 55%가 65세 이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이 왜 필요한지는 한 줄 숫자가 답한다. 경찰청이 집계한 2025년 우회전 교통사고는 1만 4천여 건. 75명이 숨지고 1만 8천 명 넘는 사람이 다쳤다. 사망자 75명 중 42명이 보행자였다. 그리고 이 보행자 사망자의 55%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숫자를 다시 보자. 작년 한 해, 우회전 사고로 숨진 노인이 대략 23명. 한 달에 2명꼴로, 길을 건너다 우회전하는 차에 치여 돌아가시지 않은 채 병원으로 실려가지 않은 고령자가 있었다는 뜻이다. 운전자에겐 "한 번 더 멈추는" 3초가, 누군가에겐 "남은 삶" 전부다. 우회전 일시정지가 사소해 보이는 3초짜리 규정이 아닌 이유다.
2025년 우회전 교통사고 사망자 75명 — 누가 죽었나
출처: 경찰청 2025년 우회전 교통사고 집계 (MBC 2026.4.20). 보행자 사망자 55%가 65세 이상 고령자.
Q렌즈의 시각
우회전 일시정지 규정이 안 지켜지는 이유는 운전자의 탓만이 아니다. 10년 넘게 굳어진 습관과 세 번 바뀐 개정안, 초기에 경찰조차 일관된 답을 못 내놨던 혼선,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너무 가까운 도로 구조가 합쳐진 결과다. "법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운전자의 말은 불평이 아니라 진단이다.
그러나 그 진단이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작년 한 해 우회전 사고로 숨진 65세 이상 보행자가 23명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습관이든 혼선이든 도로 구조든 모두 두 번째 문제가 된다. 첫 번째는 멈추는 일이다.
집중단속은 6월 19일까지 2개월간 이어진다. 그사이에 우리가 들고 갈 것은 단순하다. 빨간불이 보이면 일단 멈춘다. 사람이 보이면 무조건 멈춘다. 이 두 문장이면 거의 모든 상황이 해결된다. 그리고 앞차가 멈췄을 때 경적을 울리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면, 법보다 먼저 문화가 따라올 수 있다.